보통의 까페가 아닌
아주 고급스러운 까페에서 고세현 대표와 진하영 사장이 나누는 대화 중 고 대표가 내뱉은 말들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너무 일치해서 참 강렬한 인상을 남기었다.
진: 억울하지도 않나? 자기 힘으로 이만큼이나 키운 미래클이 진도진의
트로피가 되어 있는데.
고: (잔잔한 미소를 띄며) 세상 모든 일엔 가격표가 붙어 있죠.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숭고한 가치, 뭐 그런 건 없습니다.
사랑을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냥 공짜를 좋아하는 도둑놈 심보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그건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진: 그래서요?
고: 미래클에 원하는 게 있다면 정당한 값을 치르시면 됩니다. 적어도
제가 대표로 있는 한 도진군을 신경 쓰실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진: 마음이 통하는 파트너를 만났네요. 4천억이 필요해요, 최대한 빨리.
고: 우리 파트너쉽에도 가격표는 붙습니다, 진 대표님. 순향 백화점 주식의 30%를 담보로 주십시오.
(다들 한번쯤 보셨으리라 짐작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이란 드라마 8회차에서
나오는 일부분이다. 순향그룹에서 별도의 유통/ 레저그룹으로
계열 독립하기 위해 타 계열사들에게 진 부채 변제용 대금이 필요했던 진하영이 당시 현금 보유량이 막대했던 미래클 투자사의 고세현 대표에게 찾아가
급전을 요청하는 부분이다. 고유명사와 대화 일부분은 저자 임의로 수정해 둔 점, 유의하시기 바란다.)
그렇다.
세상 모든 일엔
가격표가 붙어 있다는 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매사에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도둑놈 심보를 가지고 사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아주 간악한
인간들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 마음 저변에 깔려 있는 그 도둑놈 심보를 교묘히 파고 들어서, 아주 간악하게
자신들의 또다른 도둑놈 심보를 만족시키면서 굴레를 씌운다.
한번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혹시나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공짜를 바라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 지.
세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바로 공짜라는 것이 내 오래된 생각이다.
환란의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 환란을 뚫어내며 대기업에 취직을 성공하였다. 1년여 뒤 훨씬 더 큰 회사로 이직하여, 일잘러로 자리매김하여 부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업과 책임, 그로 인한 Challenge를 오롯이 받아내며 오랜 재직 기간 내내 큰 고통을 감내하였다. 오랜 시간동안 영육을 바쳐 크게 키워 놓은 사업과 조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방에 망가뜨리는 고위 임원들에 대한 환멸과 정신의 피폐해짐으로 인해 20년 대기업 생활을 마감하고, 인생 처음으로 백수가 되었다. 백수생활 중 아직은 백수로서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함을 깨닫고 몇 달 뒤 소기업에 들어가 5년동안 다시 영육을 갈아 넣은 다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마침내 때가 되었음을 느껴 총 25년의 노비생활을 청산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온전한 백수로서의 부실함을 느껴 내공 향상에 분투 중이다.
[DeliList]
저자 소개
프롤로그
I.
관계의 비용 불가피성
II.
유지비용
III.
부부 관계 유지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