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책이 다 사라진다면
그날 아침, 모든 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서관의 선반은 텅 비었고, 서점의 진열대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듯 깨끗했다. 가정의 책장과 학교의 교재, 심지어 오래된 서류더미 속에 끼어 있던 낡은 책 한 권까지 모두 증발해 버렸다. 사람들은 처음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누군가 훔쳐 갔겠지." "전자책 시대에 무슨 큰일이라고." 하지만 곧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책에 담긴 모든 정보와 기억도 함께 증발했다. 수학자는 자신이 사용하던 공식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 없었고, 역사가들은 세계사를 구성하던 사건들의 연대를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심지어는 소설가조차 자신이 쓴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눈앞에서 사라진 책만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던 지식과 상상이 영영 잊혀졌다는 사실이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그 모든 혼란 속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인터넷은 여전히 작동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도 멀쩡했다. 그러나 검색창에 책의 제목이나 관련된 내용을 입력하면 "검색 결과 없음"이라는 메시지만 반복될 뿐이었다. 어떤 디지털 문서도, 어떤 백업 파일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마치 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세상에서 완전히 삭제된 것처럼 보였다.
그날 밤, 뉴욕의 한 작은 골목에서 한 노인이 노란 종이 조각을 손에 쥐고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막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아낸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 비밀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누군가 물었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왜 책이 사라졌죠?"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쉰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책은 우리를 떠난 게 아니라, 우리가 책을 잃은 거지. 이건 그들의 선택이야.”
그 말은 곧 모든 뉴스 채널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갔다. "책의 선택?"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책이 선택을 한다니, 그것은 무슨 말인가? 그러나 노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공포와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날 밤, 전 세계에서 꿈을 꾼 이들이 한 가지 동일한 장면을 목격했다. 거대한 도서관이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 책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타는 냄새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의지로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표정 없는 책들이었다.
다음 날, 한 소녀가 이상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오래된 손글씨로 적힌 문장 하나가 담겨 있었다. "책이 돌아오길 원한다면, 당신들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소녀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에 휩싸였다. 그녀는 이 봉투를 들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확신에 휩싸였다.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책의 귀환을 꿈꾸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책은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인간은 왜 그것들을 잃게 되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단순히 잃어버린 지식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어떤 본질적인 무언가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이 소녀의 여정은 그 답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었다.
[DeliAuthor]혁신과 창의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열정을 가진 작가이자 몽상가이다. 지구별여행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생각을 글로 전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자 쌍둥이 남매의 아빠이다. 인생의 바닥을 거치며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처절하게 느끼고 다시 비상을 꿈꾸는 사업가이다.
지구는 물론 우주에서의 인간의 삶도 상상하며 우리를 미소짓게 만드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꿈을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DeliList]프롤로그
세상에 책이 다 사라진다면
1장: 사라진 책들
* 텅 빈 도서관
* 기억의 공백
* 노인의 경고
2장: 단서의 발견
* 소녀와 봉투
* 불타는 도서관의 꿈
* 책의 마지막 선택
3장: 여정의 시작
* 숨겨진 도서관을 찾아서
* 잃어버린 지식의 조각들
* 책을 지키는 자들
4장: 책이 떠난 이유
* 인간과 책의 약속
* 잊혀진 이야기들의 분노
* 책의 심판
5장: 책의 귀환
* 소녀의 선택
* 새로운 약속
* 잃어버린 세상의 재건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