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생명이 깃들었던 것으로, 햇빛과 바람의 자식입니다. 흙과 땀이 길러낸, 누군가의 시간과 손길이 스며든 음식은, 생명으로 태어났다가 새로운 생명으로 흘러듭니다. 음식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고 너무 쉽게 버립니다. 생명이,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하면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먹는다는 건, 생명을 알고 기리고, 생명을 가슴에 품는 일입니다. 먹는다는 건, 귀한 존재를 알고 감사함을 되새기는 일이다. 저는 인디언을 가장 문명한 인류로 보았습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동물의 육고기를 섭취하기에 앞서 생명을 준 동물의 영혼에 감사하는 의식을 행했다고 합니다. 사냥 직후 또는 식사 전에 기도를 올려 희생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동물의 영혼이 평화롭게 떠나도록 기원했습니다. 일부 부족은 춤이나 노래를 통해 정화 의식을 갖기도 했고, 동물의 심장이나 피를 땅에 바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물의 모든 부분을 낭비 하나 없이 사용하는 것을 생명에 대한 존중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생명을 단순한 자원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신성한 약속으로 받아들인 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간 시든 채소와 식은 밥 한 덩이로 볶음밥을 준비하면서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버려질 수도 있는 이 음식들을, 아니 이 생명들을 끝까지 품어줄 수 있을까? 그 물음 끝에서 나는 ‘먹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노마드 올림
의대를 졸업했으나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다가 2022년 퇴사했다. 정신적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산문집 <경계 저 너머>, 어학책 <독학 중국어 첫 걸음> 등 종이책과 70여 권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프롤로그
먹는다는 것은 안다는 것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