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억하는 것은 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과 나 사이에 거대한 유리벽이 세워진 채, 나만 홀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어느 날, 낯선 이가 건넨 한마디. “혹시, 비 내리던 9월의 그날을 기억하나요?” 그 순간, 외로운 섬이었던 나의 세계에 또 다른 섬이 나타났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기 다른 장소에서 목격했던 ‘지워진 하루’의 조각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희미했던 기억의 윤곽은 점차 선명한 그림이 되어갔고, 그 끝에서 우리는 거대한 음모의 실루엣을 마주하게 된다. 기록은 삭제되었고, 역사는 다시 쓰였다. 세상은 너무나 완벽한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날을 지우려 하고, 우리는 그날을 되살리려 한다. 진실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 경고하는 그들의 목소리 앞에서 우리는 질문해야만 했다. “과연 거짓된 평화는 안전한가?” 이것은 단지 잃어버린 하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싸움에 대한 기록이다. 기억은 가장 위험하고도, 가장 소중한 무기다. 이제, 세상의 거짓에 맞선 우리의 전쟁이 시작된다.
[DeliAuthor]채운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풀잎에 스미는 바람,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 글로 피워낸다. 그녀는 노년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싶어 한다. 세월이 남긴 깊이를 따뜻한 문장에 담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향기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DeliList]프롤로그: 균열의 시작 Chapter 1: 공명(共鳴),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다 Chapter 2: 추적(追跡), 보이지 않는 손의 그림자 Chapter 3: 충돌(衝突), 진실의 무게를 묻는 자들 Chapter 4: 진실(眞實), 9월 17일의 비망록 에필로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