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단 며칠, 흩어졌던 가족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이는 시간, 추석. 고향집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온 박성진 씨에게 이번 추석은 유난히 더디게 다가옵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자식들과 해맑게 뛰어노는 손주들의 모습은 반가우면서도, 그들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밥상, 어색하게 오가는 안부, 그리고 밤이 깊어지며 술잔과 함께 터져 나오는 오래된 상처들. 잊었다고 생각했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과거의 말들이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서로의 가슴에 박힙니다. 평생을 바쳐 지켜온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기만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긋난 것 같던 바로 그 순간, 할아버지의 굳은 표정 아래 숨은 슬픔을 발견한 어린 손주의 순수한 질문 하나가 닫혔던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낡은 앨범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던 빛바랜 사진 한 장, 그 안에 담긴 행복했던 시절의 웃음이 잊고 있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웁니다. 이 책은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추석 밤, 시골집 마당에 둘러앉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한 가족의 하룻밤 이야기입니다. 달빛 아래서 송편을 나누며 비로소 전하는 진심, 눈물과 웃음으로 서로를 보듬는 화해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결국 삶의 가장 큰 선물은 수많은 세월의 오해를 뛰어넘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올가을,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감동의 순간으로 초대합니다.
[DeliAuthor]채운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풀잎에 스미는 바람,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 글로 피워낸다. 그녀는 노년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싶어 한다. 세월이 남긴 깊이를 따뜻한 문장에 담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향기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DeliList]프롤로그: 가을밤, 달을 보며 Chapter 1: 어색한 귀향, 반가운 침묵 Chapter 2: 술잔에 떠오른 오래된 앙금 Chapter 3: 아이의 웃음, 기억의 조각 Chapter 4: 달빛 아래, 하나 되는 마음 에필로그: 다시, 우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