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기록되고 모든 기억이 데이터가 되는 시대. 기록보관소 사서 윤하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들을 찾아 기록하는 일을 한다. 그녀의 세상은 무한한 서버의 적막함과 삭제된 데이터의 공허함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윤하는 삭제 예정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다. ‘윤하, ID: 7B3C9A, 삭제 예정.’ 자신의 존재가 소멸될 운명이라는 차가운 통보 앞에서 그녀는 무력하다. 그날 밤, 텅 빈 그녀의 집에 낯선 초대장 한 장이 날아든다. “당신의 이름을 보관 중입니다. – 잊힌 사람들의 도서관.” 초대장은 윤하를 세상의 모든 지도에서 지워진 곳,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의 틈새에 존재하는 ‘잊힌 사람들의 도서관’으로 이끈다. 그곳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존재들의 마지막 흔적이 머무는 곳. 그들의 이름, 사진, 편지, 일기가 먼지 쌓인 책이 되어 잠들어 있다. 도서관의 수호자 ‘이도’는 말한다. 책에 적힌 이름을 읽으면, 그 사람의 가장 강렬했던 마지막 기억이 재생된다고. 윤하는 그곳에서 오래전 잃어버렸고, 이제는 세상의 모든 기록에서 삭제된 여동생 ‘서윤’의 흔적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동생을 찾으려는 그녀의 열망은 “망각이 때로는 구원일 수 있다”는 도서관의 침묵 어린 질문과 부딪힌다. “우리는 기억되는 것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살아 있는 동안만 존재하는가?” 존재의 소멸을 앞둔 한 여자와 잊힌 이름들이 살아 숨 쉬는 신비로운 도서관. 기억은 사랑이고,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한 사람을 영원히 살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잊는다는 것과 잊힌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미스터리 감성 소설.
[DeliAuthor]채운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풀잎에 스미는 바람,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 글로 피워낸다. 그녀는 노년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싶어 한다. 세월이 남긴 깊이를 따뜻한 문장에 담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향기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DeliList]프롤로그: 잊힌 이름의 목록 Chapter 1: 사라진 기록들 Chapter 2: 이름을 읽는 사서 Chapter 3: 지워진 여동생 Chapter 4: 기억의 선택 에필로그: 새벽의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