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후, 삶의 모든 색이 바래버린 것 같던 어느 날. 민서는 먼지 쌓인 책상 서랍에서 낡은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보낸 사람은 ‘민서’, 받는 사람도 ‘민서’. 30년 전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낸 약속이었다. 그 약속의 장소는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은하역’. 하루에 단 두 번만 기차가 서는 그곳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민서는 잊고 있던 시간과 마주한다. 역에 내리자 거짓말처럼 눈앞에 서 있는 25살의 자기 자신. 예술가를 꿈꾸며 불안하게 반짝이던, 꿈을 포기하기 직전의 ‘나’였다. “당신이 나인가요, 아니면 내가 당신인가요?” 현재의 민서와 과거의 민서. 두 사람은 서로를 원망하고, 각자의 선택을 후회하며 부딪힌다. 하나는 꿈을 버렸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놓쳤다. 되돌릴 수 없는 길 위에서 던지는 ‘만약에’라는 질문은 아프기만 하다. 그날 밤, 은하역을 지키는 늙은 역장 성우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기차는 떠나도, 사람은 남아. 남는 게 사람이고, 그게 인생이지.” 현실과 기억이 교차하는 시간의 틈, 은하역에서 펼쳐지는 하룻밤의 기적. 이 소설은 우리가 지나온 모든 순간이 틀린 선택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완성시킨 필연적인 과정이었음을 따뜻하고 시적인 체로 그려낸다. 멈춰선 순간들이 모여 비로소 완성되는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인생 회고형 감성 소설.
[DeliAuthor]채운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풀잎에 스미는 바람,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 글로 피워낸다. 그녀는 노년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싶어 한다. 세월이 남긴 깊이를 따뜻한 문장에 담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향기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DeliList]프롤로그: 은하역으로 가는 편지 Chapter 1: 잊어버린 이름 Chapter 2: 되돌릴 수 없는 길 Chapter 3: 은하역의 밤 에필로그: 돌아보니, 그 길에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