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 도시의 기억을 사진에 담는 기자 이준은 우연히 한강 다리 밑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 속에서 기이한 형상을 발견한다. 그것은 20년 전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밤,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던 소녀의 얼굴이었다. 빛의 장난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도 선명한 잔상. 그날 이후, 그는 마치 강이 자신을 부르는 듯한 기묘한 이끌림에 사로잡힌다. 같은 시각, 한강의 수질을 연구하는 환경학자 소연은 강의 특정 지점에서 미세한 주파수 신호가 반복적으로 감지되는 것을 발견한다. 기계음도, 자연의 소리도 아닌 그 신호의 패턴은 놀랍게도 안정된 인간의 심박수와 일치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매료된 그녀는 신호의 근원지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그곳이 20년 전 한 소녀가 실종된 장소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 속에 나타난 과거의 기억, 그리고 물결 속에서 들려오는 잊힌 목소리. 각자의 방식으로 한강의 비밀에 다가선 이준과 소연은 운명처럼 마주친다. 그들은 함께 진실을 파헤치며, 강이 단순한 물의 흐름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저장소일지도 모른다는 경이로운 가설에 도달한다. 이 소설은 ‘강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시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감성 미스터리다. 우리가 흘려보낸 시간과 사랑, 외면했던 죄책감이 강물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 기억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내밀하게 따라간다. 한강의 물결 속에 숨겨진 20년 전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강은, 과연 그 답을 들려줄 것인가.
[DeliAuthor]채운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풀잎에 스미는 바람,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 글로 피워낸다. 그녀는 노년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싶어 한다. 세월이 남긴 깊이를 따뜻한 문장에 담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향기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DeliList]프롤로그: 강은 기억한다 1부: 잃어버린 여름의 기록 2부: 강의 목소리를 듣는 여자 3부: 한강이 숨긴 진실 에필로그: 한강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