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강 위예요. 끊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늦가을 밤 11시 11분, 라디오 작가 정하의 휴대폰이 울린다. 수화기 너머,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기묘하게도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 한 통의 전화를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경찰은 단순한 장난전화로 종결하지만, 정하는 목소리에 담긴 절박함과 슬픔을 잊지 못한다. 그날 밤, 한강에서 한 남자가 구조된다. 그는 모든 기억을 잃었다. 그를 찾아온 전직 수난구조대원 민수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5년 전, 바로 이 강에서 잃었던 동료의 흔적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기억을 잃은 남자, 그의 목소리를 잊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 죽은 동료의 목소리를 듣는 남자. 세 사람의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 통화 기록과 꺼지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의 불빛 속에서 기묘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서정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로 풀어낸다. 이별과 후회로 얼룩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목소리를 따라가며, 우리는 인간의 연결, 시간, 그리고 구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목소리로 기억될까.
[DeliAuthor]채운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풀잎에 스미는 바람,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 글로 피워낸다. 그녀는 노년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싶어 한다. 세월이 남긴 깊이를 따뜻한 문장에 담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향기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DeliList]프롤로그: 11월 11일, 한강대교 위에서 Chapter 1: 끊어진 목소리, 남겨진 파문 Chapter 2: 기억을 잃은 남자 Chapter 3: 존재하지 않는 증거 Chapter 4: 마지막 통화 에필로그: 강은 모든 목소리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