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이 아니라, 사람이 이성으로 다듬은 사랑이다. 감정의 불길이 일어날 때 이성은 그릇이 되고, 이성이 차가워질 때 감정은 온기를 더한다. 대선유는 이 둘이 만나야만 진정한 ‘신(信)’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경제의 심장 낙양을 떠나 새로운 유통과 해상의 거점 강남에 터를 잡은 대선유와 그의 동료들. 그들 앞에는 단순한 이익 다툼이 아닌,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유혹의 구조가 거대한 덫을 치고 있었다. 옛 향락살롱의 정교한 규칙과 빚의 사슬, 브로커의 망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끊어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었다. 대선유의 사람들은 이 거대한 탁류에 맞서 댐을 쌓는 대신 물길을 돌리는 길을 택한다. 김경민은 유혹의 심장부로 스며들어 그 메커니즘을 해체하고, 이미니는 상처 입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삶을 기록한다. 어리숙하지만 빛나는 통찰을 지닌 김의영은 ‘무(武)는 창을 멈추는 것’이라는 글귀에서 돈(錢)의 새로운 순환을 발견하고, 마침내 사람의 운명을 이끄는 ‘도운전(導運錢)’을 창안한다. 나상빈의 기천무(氣天舞)는 일과 수련과 거래의 동작에 하늘의 리듬을 불어넣으며, 상단의 모든 움직임을 한 편의 시로 빚어낸다. ‘생명신탁제’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돈의 목적이 축적이 아니라 순환임을, 이윤의 끝은 숫자가 아니라 살아나는 생명임을 증명해 나간다. 중병자의 치료비가 되고, 장인의 창업 자금이 된 돈은 상환의 의무를 넘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약속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여정은 관아의 불신과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지만, ‘생명은 원인, 숫자는 결과’라는 유준흥의 신념과 차곡차곡 쌓인 증거들이 세상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청현산맥의 노을 아래, 모두의 염원이 하나가 되는 순간. 이것은 한 상단의 성공기가 아니라, 믿음이 어떻게 생명을 살리고, 이성으로 단련된 사랑이 어떻게 가장 어두운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지에 대한 장엄한 기록이다. 신(信)의 장은 그렇게, 생명의 거래로 완성된다.
[DeliAuthor]고3이었던 2000년도부터 정신장애를 앓아왔고, 2012년부터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서 혈액투석치료를 일주일에 3번 기계를 통해서 4시간씩 누워서 받 으며 소변에 해당하는 피의 성분을 걸러서 굵은 주삿바늘 2개로 내보내며 무직으로 살았었다. 2005년부터 16년간 명상을 배우러 다녔었고, 현재는 이식을 기다리며 건강관리에 전념하여 국선도를 배우고 개인적으로는 기천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분열정동장애를 극복하여 주치의 상담 끝에 약물치료를 멈추게 되었고, 신장이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연락처: cutyluna19@naver.com blog.naver.com/hicamita 010-9064-9325
[DeliList]서문 제1장 희자시경(僖子詩經), 창을 멈추는 글자 제2장 증거 없는 선의, 검증된 신뢰 제3장 몸은 하늘의 글, 기천무(氣天舞)의 리듬 제4장 일의 시학(詩學), 흐르는 상단(商團) 제5장 유혹의 구조학 제6장 흐름을 바꾸는 길 제7장 도운전(導運錢), 생명을 담는 그릇 제8장 생명의 장부 제9장 관아(官衙)의 논쟁 제10장 믿음의 선포 제11장 청현(靑玄)의 의식 제12장 믿음은 어두운 곳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