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모든 것을 잃었다. 사업 실패와 인간관계의 파탄 끝에 남은 것은 거대한 빚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뿐이었다. 남자, 은호는 그렇게 세상의 끝으로 도망쳤다. 더는 나아갈 곳이 없다고 여겨지는 땅, 해남.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삶도 함께 종결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멈추기로 결심한 그의 앞에 매일 같은 시간, 바닷가를 찾는 노부인 연화가 나타난다. 연화는 수십 년 전 바다에 잃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파도가 채 닿지 않는 모래밭에 매일같이 편지를 묻는다. 허무해 보이는 그 행위를 은호는 이해할 수 없다. 파도에 쓸려가고 비에 젖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뻔한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모든 걸 삼키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돌려주는 법이 있지.” 연화의 무심한 한마디는 은호의 굳게 닫힌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절망의 끝에서 만난 낯선 노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희망. 은호는 그녀의 곁을 맴돌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던 해남의 거친 바람이, 어느새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가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은호의 손에 쥐어진다. 그 안에는 그의 남은 생을 뒤흔들 마지막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것은 삶의 마지막이라 여겼던 순간, 다시 사랑과 희망을 배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모든 끝에는 새로운 시작이 숨어 있음을, 우리가 땅끝이라 부르는 그 자리가 실은 다시 살아나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소설.
[DeliAuthor]채운은 어릴 적부터 말하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이야기를 전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꼈고, 그 열정은 자연스럽게 스피치 강사의 길로 이어졌다. 20년 넘게 무대와 강의실에서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법을 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어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사람과 사랑,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지금도 채운은 스피치 강사이자 작가로서 말과 글 두 언어로 세상과 마음을 잇고 있다. 그녀의 문장은 잔잔한 파도처럼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잠든 감정을 깨우고 삶에 온기를 남긴다.
[DeliList]프롤로그: 부서진 남자의 땅 Chapter 1: 파도가 삼키는 목소리 Chapter 2: 기다림을 묻는 손길 Chapter 3: 바람이 전하는 위로 Chapter 4: 세상의 끝에서 온 편지 Chapter 5: 다시, 해가 뜨는 자리 에필로그: 땅끝에서 피어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