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라진 날, 너는 울었을까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름 없는 사람이었다. 하얀 병실 천장, 소독약 냄새, 그리고 텅 빈 머릿속. 내 손에 들린 것은 ‘사랑한다’는 세 글자가 적힌 낡은 쪽지뿐이었다. 의사는 나를 ‘윤호’라고 불렀지만, 그 이름은 메아리처럼 낯설게만 맴돌았다. 나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누구를 그토록 사랑했을까. 알 수 없는 공백 속에서 유일한 단서는 매일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정체 모를 멜로디였다. 꿈결처럼 아득하고 슬픈 선율,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 “윤호야, 이제 울어도 돼.” 나는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 무작정 병원을 나섰다. 낯선 도시의 거리를 헤매다 발길이 멈춘 곳은 ‘시간의 흔적’이라는 낡은 간판이 걸린 작은 사진관. 그곳에서 나는 하린을 만났다.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선을 피하는 여자.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나를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 그날의 눈빛을 잊지 못했어요.” 그녀의 주변을 맴돌수록 조각난 기억들이 하나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필름의 감광액처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내가 단순한 사고의 피해자가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장 소중한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한 남자의 기록. 나는 왜 나 자신을 지워야만 했을까. 그리고 내가 사라진 날, 그녀는 정말 울었을까. 사랑과 상실, 기억과 용서에 대한 아픈 기록이 지금 시작된다.

채운은 어릴 적부터 말하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이야기를 전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꼈고, 그 열정은 자연스럽게 스피치 강사의 길로 이어졌다. 20년 넘게 무대와 강의실에서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법을 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어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사람과 사랑,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지금도 채운은 스피치 강사이자 작가로서 말과 글 두 언어로 세상과 마음을 잇고 있다. 그녀의 문장은 잔잔한 파도처럼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잠든 감정을 깨우고 삶에 온기를 남긴다.

프롤로그: 이름 없는 남자 Chapter 1: 새벽 3시의 멜로디 Chapter 2: 시간의 흔적 사진관 Chapter 3: 당신의 눈빛 Chapter 4: 봉인된 기억의 조각 Chapter 5: 그날 울던 사람은 나였어 에필로그: 형태를 바꾸어 남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