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도시, 잿빛의 나날. 광고 회사 대리 3년 차인 연우에게 하루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시간의 복제일 뿐이다. 의미 없이 쌓이는 서류와 공허한 관계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사는지조차 잊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낡은 우편함에 꽂힌 낯선 편지 한 통이 그녀의 멈춰 있던 시간을 흔들기 시작한다. 발신인의 이름도, 주소도 없는 편지의 첫 문장은 불길하고도 기묘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악의 없는 장난이라 치부하지만, 편지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연우 자신조차 잊고 있던 과거의 순간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비밀, 혼자 삼켜야 했던 상처의 기억, 찰나에 머물렀다 사라진 애틋한 사랑의 순간까지. 편지를 쓰는 익명의 존재는 연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그녀의 기억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편지 끝에 매번 새겨진 문장은 그녀의 심장을 파고든다. “제발 나를 기억해 주세요. 저는 당신으로 인해 사라진 사람이니까요.” 연우는 잊힌 이름을 찾아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갈수록, 그녀는 자신이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외면해왔음을 깨닫는다. 과연 편지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는 왜 연우로 인해 사라져야만 했을까. 이것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내가 나를 되찾기 위한 가장 아픈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DeliAuthor]'채운'은 어릴 적부터 말하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이야기를 전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꼈고, 그 열정은 자연스럽게 스피치 강사의 길로 이어졌다. 20년 넘게 무대와 강의실에서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법을 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어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사람과 사랑,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지금도 채운은 스피치 강사이자 작가로서 말과 글 두 언어로 세상과 마음을 잇고 있다. 그녀의 문장은 잔잔한 파도처럼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잠든 감정을 깨우고 삶에 온기를 남긴다.
[DeliList]프롤로그 1부 이름 없는 편지 2부 잊힌 조각들 3부 보이지 않는 발자국 4부 거울 속의 이방인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