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트리어의 심장부에는 시간이 검은 돌이 되어 서 있습니다. 로마 시대의 숨결이 서린 거대한 성문, 포르타 니그라 앞에 선 여행자는 2천 년의 세월이 쌓아 올린 묵직한 침묵과 마주합니다. 이 책은 한 여행자가 트리어의 돌길을 따라 걸으며, 시간의 흔적과 대화하는 내밀하고 서정적인 기록입니다. 포르타 니그라의 거친 질감에서 시작된 여정은 육중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트리어 대성당과 섬세한 고딕 양식의 성모 마리아 교회가 나란히 서 있는 곳으로 이어집니다. 그곳에서 여행자는 돌과 빛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정적 속에서 수 세기 동안 쌓여온 기도의 무게를 느낍니다. 발걸음은 로마 황제 콘스탄틴의 권위가 서려 있는 아울라 팔라티나의 텅 빈 웅장함으로, 다시 도시의 젖줄인 모젤 강의 부드러운 물결로 향합니다. 강가에 앉아 포도밭이 펼쳐진 언덕을 바라보는 시간은, 분주한 여행길 위에서 만나는 고요한 쉼표와도 같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유적지를 소개하는 여행안내서가 아닙니다. 성문의 그림자, 대성당의 서늘한 공기, 강바람의 온도, 오래된 돌길의 감촉처럼, 도시의 모든 감각을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흔적은 남아 그곳에 서 있었다’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또한 트리어의 어느 골목에서 시간과 마주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잊혀진 제국의 발자국과 중세의 속삭임,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공존하는 도시, 트리어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Chapter 1: 검은 문, 시간의 경계에 서다 Chapter 2: 두 개의 지붕 아래, 천 년의 기도 Chapter 3: 황제의 홀, 거대함 속에 남은 숨결 Chapter 4: 모젤 강가에서, 유유히 흐르는 오후 Chapter 5: 돌길 위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