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유럽, 중세의 어둠이 걷히고 르네상스의 여명이 밝아오던 격동의 시대. 교회와 왕의 권위가 절대적이던 시절,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의 심장을 겨눈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무기는 칼이나 창이 아닌, 날카로운 지성과 신념이 담긴 ‘펜’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 ‘인문주의의 왕자’라 불린 시대의 거인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제의 사생아로 태어나 유럽 최고의 지성으로 우뚝 선 에라스뮈스의 삶을 따뜻하고 감성적인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수도원의 좁은 방에서 시작된 그의 지적 여정은 파리, 런던, 로마, 바젤 등 유럽 전역으로 이어지며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교류하고, 마침내 세상을 뒤흔들 힘을 갖추게 됩니다. 그는 화려한 군주나 교황의 후원을 거절하고 오직 자유로운 지성인으로 살기를 원했던 진정한 자유인이었습니다. 책의 중심에는 그의 대표작 『우신예찬』이 있습니다. ‘어리석음의 여신’의 입을 빌려 교황부터 왕, 신학자, 수도사에 이르기까지 사회 모든 계층의 위선과 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한 이 작은 책이 어떻게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또한, ‘성서로 돌아가자’고 외치며 감행했던 신약성서 번역 작업이 마르틴 루터에게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왜 그는 결국 루터와 다른 길을 걸으며 가톨릭과 개신교 양쪽 모두에게 비판받는 고독한 길을 선택했는지 그 내면의 고뇌를 깊이 탐색합니다. 에라스뮈스는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광기와 분열이 세상을 휩쓸 때, 끝까지 이성과 관용,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삶은 오늘날 흑백논리와 극단적 대립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개혁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은 시대 앞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지성, 에라스뮈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혼란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깊은 울림의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DeliAuthor]전직 사진작가에서 글쓰는 여행자로 거듭난 감성요일. 렌즈로 담던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이제는 문장으로 풀어내며, 일상의 순간을 특별한 이야기로 빚어내는 작가입니다.
[DeliList]프롤로그: 폭풍의 시대, 펜을 든 거인 Chapter 1: 경계를 넘어선 학자, 인문주의의 여명을 열다 Chapter 2: 어리석음의 이름으로 세상을 꾸짖다, 『우신예찬』 Chapter 3: 성서로 돌아가자, 개혁의 씨앗을 뿌린 지성 Chapter 4: 루터의 길, 에라스뮈스의 길: 갈라선 두 개혁의 열망 Chapter 5: 관용과 이성의 등불, 시대를 넘어선 그의 유산 에필로그: 오늘, 우리에게 에라스뮈스가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