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 12,347원. 이것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빚으로 시작된 인생, 최저임금으로 연명하던 날들, 그리고 처절했던 첫 창업의 실패까지. 이 책은 밑바닥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돈의 민낯을 기록한 생존기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기회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부동산 붐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정보와 사람을 쫓았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손에 쥐게 된 첫 억대 수익의 달콤함은 잠시, '졸부'라는 낙인과 함께 세금보다 무서운 질투와 시기가 나를 덮쳐왔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스템의 법칙을 파고들었다. 법인을 세워 자산을 관리하고, 회계의 마술로 세금을 피하며, 정부 정책의 파도를 타고 투자의 기회를 잡았다. 돈은 더 큰돈을 낳았고, 나는 돈이 만든 세상의 꼭대기에 올랐다고 착각했다. 사람에게 값을 매기고, 브랜드의 환상에 취하며, 성공의 대가로 소중한 것들을 잃어갔다. 하지만 시장은 영원한 승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금리 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의 제국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빚은 복리가 되어 돌아왔고, 신용의 무게는 나를 짓눌렀다. 모든 것을 잃고 파산의 문턱에 서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흔한 말이 얼마나 뼈아픈 진실인지를. 이 책은 단순히 돈을 벌고 잃은 이야기가 아니다. 한 인간이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진짜 부자가 누구인지, 돈 없이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배우며 다시 쓴 나의 '인생 재무제표'다. 0원에서 다시 시작하는 나의 회계는, 이제 돈이 아닌 인간을 향한다.
[DeliAuthor]아르시안(Arsian) 라틴어 Ars는 예술, 창조의 행위이고, -ian은 그것을 삶으로 삼는 사람을 뜻한다. 아르시안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루의 미세한 결을 감각하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온도와 여운을 문장으로 길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것이 남기는 흔적을 믿으며, 삶을 기록이 아닌 하나의 창조로 받아들인다. 그의 글은 조용하지만 오래 머물고, 화려하지 않지만 또렷한 빛을 가진다.
[DeliList]프롤로그: 통장 잔고 12,347원 제1부. 밑바닥의 경제학 제2부. 기회의 그림자 제3부. 현금의 향기 제4부. 시스템의 법칙 제5부. 돈이 만든 세상 제6부. 몰락의 경제학 제7부. 다시, 인간으로 에필로그: 0원에서 시작한, 인간의 회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