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심장, 알렌테주 지방의 고도(古都) 에보라. 시간의 흐름마저 비껴간 듯한 이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여행자는 모든 것이 부드러운 노란빛에 감싸이는 평온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2천 년의 세월을 견디며 하늘을 향해 뻗은 로마 신전의 코린트 기둥들. 그 장엄한 기둥 사이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간의 경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웅장한 두 개의 탑을 가진 에보라 대성당의 고요한 회랑을 거닐고, 옥상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알렌테주의 광활한 평원을 바라보며 도시의 느린 맥박을 느껴봅니다. 이윽고 ‘뼈의 예배당’ 앞에 다다른 걸음은 잠시 멈춥니다. 5천여 구의 유골이 벽과 기둥을 가득 메운 공간, 그곳에서 “우리의 뼈는 당신의 것을 기다린다”는 고요한 경고를 마주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흰 벽과 황토빛 지붕, 아기자기한 철제 발코니가 어우러진 골목길을 산책하고, 노천카페에 앉아 이 지역의 풍요로운 태양을 담은 와인 한 잔을 음미하는 동안 에보라의 오후는 천천히, 그리고 깊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이 책은 요란한 볼거리 대신, 묵직한 역사의 울림과 고요한 사색의 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입니다. 신전의 그림자와 함께 머무는 에보라의 오후를 통해, 독자는 일상에서 잊고 있던 삶의 느린 리듬과 내면의 평화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금빛으로 물든 시간의 도시 Chapter 1: 하늘을 이고 선 스무 세기의 기둥 Chapter 2: 두 개의 탑에서 울리는 도시의 맥박 Chapter 3: 뼈들이 속삭이는 삶의 진실 Chapter 4: 빛과 그림자가 머무는 하얀 골목길 Chapter 5: 알렌테주의 태양을 머금은 와인 한 잔 에필로그: 마음속에 스며든 고요한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