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연히 마주한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영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계시이자, 우리가 발 딛고 선 세상의 맨얼굴을 폭로하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교실이라는 이름의 생산 라인 위에서 줄지어 컨베이어 벨트를 타는 아이들. 그들의 빛나던 눈동자와 제각기 다른 얼굴은 이내 거대한 분쇄기 속으로 사라지고, 똑같은 모양의 벽돌이 되어 끝없이 쌓여간다. 이 책은 바로 그 충격적인 장면에 대한 깊은 공감과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가사를 한 줄 한 줄 분해하며, 우리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획일화와 통제의 실체를 마주한다. "We don't need no education(우리에게 교육은 필요 없어)"이라는 외침은 배움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개성과 꿈을 짓밟고 사회라는 거대한 벽을 쌓기 위한 부품으로 우리를 찍어내는 시스템에 대한 절규다. 생각의 통제와 냉소적인 억압 속에서 아이들의 영혼이 어떻게 침묵당하고, 결국 벽을 이루는 단 하나의 벽돌로 전락하는지, 그 과정을 시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그러나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으로 좇는다. 이 책은 희망이나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우리가 어떻게 ‘벽돌’이 되어가는지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기록이다. 기계의 굉음이 교실의 소음을 집어삼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벽돌 쌓이는 소리만이 남는 현실. 이것은 단지 음악 영상 속의 초현실적인 풍경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의 잔인한 알레고리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거대하고 견고한 벽 앞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벽을 쌓는 구경꾼이 아니라, 바로 그 벽 자체임을.
[DeliAuthor]세상의 ‘정답’을 의심하고 통념의 반대편에서 생각하는 작가다. 그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믿는 성공, 행복, 노력의 개념을 뒤집어 인간과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제로의 글은 짧지만 깊고, 불편하지만 명료하다. 그는 언제나 다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확신은 옳은가?”
[DeliList]프롤로그: 거대한 공장의 계시 Chapter 1: 컨베이어 벨트 위의 교실 Chapter 2: 생각의 통제, 영혼의 분쇄 Chapter 3: 교사여, 아이들을 내버려 두시오 Chapter 4: 벽 속의 또 다른 벽돌 Chapter 5: 회색 기계 속으로 에필로그: 완성된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