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도시, 빌바오. 나의 첫인상은 ‘한때 잘나갔던 낡은 공업 도시’라는 선입견으로 가득했다. 잿빛 하늘과 녹슨 철의 냄새,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항구의 이미지를 안고 무심코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네르비온 강가에 이르러 거대한 티타늄 선박처럼 정박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마주한 순간,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은빛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곡선은 멈춰 있던 도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거대한 파동처럼 느껴졌다. 나는 마치 홀린 듯, 그 빛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낡은 항구 도시라는 편견을 안고 빌바오에 도착한 한 여행자가 도시 곳곳을 걸으며 그 편견이 감탄과 애정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서정적인 기록이다. 한때 공업의 잔해로 어두웠던 네르비온 강이 어떻게 맑은 물결과 빛의 산책로로 변모했는지, 중세의 시간이 멈춘 듯한 구시가지 카스코 비에호의 골목길에서 어떻게 활기찬 삶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지를 따라간다. 거대한 아르데코 양식의 라 리베라 시장에서는 다채로운 식재료와 사람들 속에서 도시의 진짜 심장박동을 느낀다. 여행자는 산업 시대의 흔적과 예술이 불어넣은 새로운 생명력이 어떻게 하나의 도시 안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지를 목격한다. 낡은 철과 새로운 티타늄, 오래된 돌길과 현대적인 다리가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빌바오가 가진 ‘조용하지만 깊은 회복의 에너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하나의 도시가 쇠락의 상처를 딛고 스스로를 어떻게 치유하고 일으켜 세웠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서사시이자,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 여행자의 내면이 어떻게 채워지는지에 대한 깊은 사색의 여정이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잿빛 강물에 대한 예감 Chapter 1: 강철의 심장이 다시 뛸 때, 구겐하임 Chapter 2: 시간을 싣고 흐르는 물결, 네르비온 강 Chapter 3: 일곱 개의 거리, 오래된 심장의 고동 Chapter 4: 삶의 빛깔이 모이는 곳, 라 리베라 시장 Chapter 5: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아름다운 공존 에필로그: 회복의 빛을 간직한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