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화려한 목적지를 꿈꾸며 길을 나섭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수만 송이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황홀한 풍경을 기대하며 강원도 태백의 축제장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저를 맞이한 것은 끝없이 펼쳐진 빈 들판과 축제가 끝난 뒤의 적막함이었습니다. 실망감이 밀려오던 그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해바라기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이었습니다. 그리고 먼발치 매봉산 바람의 언덕 위에서 묵묵히, 그러나 힘차게 돌아가는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날갯짓은 마치 세상을 향해 팔을 벌린 거인처럼 느껴졌습니다. 텅 비었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사실 더 크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텅 빈 축제의 장에서 잊고 있던 자유를 만났습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아이처럼 마음껏 들판을 달리고, 하늘을 보며 웃었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순수한 기쁨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 혹은 ‘무엇을 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기대를 벗어난 자리에서 더 큰 선물을 발견한 어느 60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꽃밭이 아니어도, 텅 빈 들판에서도 우리 삶의 풍경은 얼마든지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음을, 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빈 들판’을 찾아 그곳에서 마음껏 뛰노는 자유를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DeliAuthor]안녕하세요! 콘다 숏북 작가 송란입니다.
[DeliList]프롤로그: 해바라기는 어디에 피었을까 Chapter 1: 텅 빈 캔버스와의 만남 Chapter 2: 하늘과 바람, 그리고 거인의 팔 Chapter 3: 철부지의 귀환, 몸이 기억하는 자유 Chapter 4: 축제가 남기고 간 것들 Chapter 5: 내 삶의 풍경화 그리기 에필로그: 다시, 나를 만나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