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도시가 존재할 수 있을까. 모니터 속 한 장의 사진은 나를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겹겹이 쌓인 돌집들이 거대한 협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풍경, 태고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빛나던 그곳은 이탈리아 남부의 마테라였습니다. 그 부름에 이끌려 떠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9,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비행이자, 잊혔던 문명의 심장부를 천천히 걷는 순례길이었습니다. 이 책은 마테라의 새벽을 밝히는 첫 빛줄기가 돌의 도시를 어루만지는 순간부터, 해 질 녘 수천 개의 불빛이 사시(Sassi) 지역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밤의 풍경까지, 제가 마주한 모든 감각의 기록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사시 디 마테라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매고, 암벽을 파서 만든 동굴 교회에 남아있는 빛바랜 프레스코화를 바라보며 역사의 숨결을 느꼈습니다. 한때 ‘이탈리아의 수치’라 불렸던 아픈 과거를 딛고 ‘유럽 문화 수도’로 찬란하게 부활한 도시의 저력 앞에서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동굴 레스토랑에서 맛본 투박하지만 깊은 맛의 빵과 파스타, 바람이 지나가는 석회암 언덕에 앉아 누렸던 고요한 휴식, 골목길에서 문득 들려오던 종소리와 돌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까지. 마테라의 모든 순간은 제게 시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삶은 어떻게 역사가 되는지를 온몸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저와 함께 마테라의 골목길을 걷고, 돌의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느리고도 깊은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한 장의 사진이 내게 말을 걸었다 Chapter 1: 빛과 돌이 빚어낸 첫인사 Chapter 2: 사시, 시간을 걷는 미로 Chapter 3: 수치에서 찬란함으로, 돌의 도시가 품은 세월 Chapter 4: 돌의 식탁에서 맛보는 소박한 위로 Chapter 5: 황금빛 밤, 돌 틈에 깃든 영혼 에필로그: 마테라가 내게 남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