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은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숨을 죽였다. 제프 쿤스의 1986년 작, <토끼(Rabbit)>가 경매에 나왔기 때문이다. 최종 낙찰가는 무려 9,110만 달러(약 1,080억 원). 이로써 <토끼>는 생존 작가의 작품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현대미술의 아이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비싼 조각품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질문이며, 도발이고,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얼핏 보면 <토끼>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은색 풍선 장난감처럼 보인다. 단순하고, 귀엽고, 친숙하다. 하지만 그 재료는 차갑고 단단하며 완벽하게 매끄러운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이 극단적인 대조 속에 제프 쿤스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대중문화의 가장 흔한 이미지, 즉 키치(kitsch)를 가져와 현대미술의 가장 세련된 재료와 기법으로 포장함으로써 예술과 상품,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순수성과 욕망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이 책은 제프 쿤스의 <토끼>가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단순한 형태 속에 어떤 복합적인 의미가 숨어 있는지를 파헤친다. 1980년대 소비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등장한 이 작품이 미니멀리즘의 유산과 팝아트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전복했는지 분석한다. 또한,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재료가 가진 ‘냉혹한 반짝임’이 어떻게 쿤스 스타일의 원조가 되었으며, 이후 현대미술과 예술 시장에 어떤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는지 심층적으로 추적한다. <토끼>를 둘러싼 찬사와 비판, 그 끝나지 않는 논쟁을 통해 우리는 예술의 본질과 동시대 문화의 욕망을 성찰하게 될 것이다. 이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꾸었는지, 그 흥미진진한 여정을 함께 떠나보자.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프롤로그: 9,110만 달러의 토끼, 현대미술을 뒤흔들다 Chapter 1: 아이콘의 탄생: 1980년대, 새로운 사물이 등장하다 Chapter 2: 미니멀리즘과 키치의 두 얼굴 Chapter 3: 냉혹한 반짝임: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선언 Chapter 4: 거대한 파장: 토끼 한 마리가 미술계를 바꾼 방식 Chapter 5: 끝나지 않는 논쟁: 유혹인가, 배신인가? 에필로그: 우리 시대의 거울,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