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철학의 두 거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와 프리드리히 니체. 만약 시공을 초월해 두 사람이 직접 만났다면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지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한 편의 희곡이다. 염세주의의 대부 쇼펜하우어와 초인(위버멘시)의 철학자 니체, 스승과 제자를 자처했던 두 사람이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격렬한 지적 대결을 펼친다. 무대는 고풍스러운 쇼펜하우어의 서재. 세상의 소음과 어리석음을 경멸하는 노철학자와, 그의 사상에 깊이 감명받았지만 더는 머무를 수 없었던 젊은 천재가 마주 앉는다. ‘의지’라는 거대한 개념을 공유하며 서로에게서 동류의식을 느끼는 것도 잠시, 대화는 삶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 종교의 역할, 인간의 궁극적 목표를 두고 날카롭게 충돌한다. 쇼펜하우어는 삶을 거대한 감옥으로 규정하고 의지를 부정하는 ‘체념’이야말로 유일한 해법이라 역설한다. 반면 니체는 그 체념이야말로 나약한 자들의 도피처에 불과하다며, 고통을 끌어안고 춤추는 ‘위버멘시’의 탄생을 예고한다. 신랄한 풍자와 재치 있는 유머, 각자의 개성이 녹아든 말투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철학적 논쟁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쇼펜하우어의 통렬한 독설과 니체의 광기 어린 아포리즘이 부딪칠 때마다 지적 스파크가 터져 나온다.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염세와 긍정, 체념과 극복이라는 양극단의 사상이 어떻게 한 뿌리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갔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희곡은 단순한 철학서 해설을 넘어,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던지는 강력한 질문이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막이 오르기 전, 두 거인의 그림자 제1장: 우연한 만남, 필연적 이끌림 제2장: 의지의 세계, 같은 풍경 다른 해석 제3장: 신의 장례식에서 벌어진 논쟁 제4장: 위버멘시, 혹은 영원한 안식 제5장: 각자의 고독 속으로 에필로그: 무대 뒤에 남겨진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