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3년 12월 6일, 나폴리의 한 작은 성당. 중세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미사를 집전하던 중 깊은 황홀경에 빠진다. 솟구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미사를 마친 그는, 그날 이후 펜을 놓았다. 그의 위대한 저서 『신학대전』은 미완으로 남게 되었다. 평생의 동반자이자 비서였던 레지날드 수사가 글쓰기를 재개할 것을 간청하자, 그는 나지막이 답했다.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내가 쓴 모든 것은 지푸라기에 불과하다.” 무엇이 스콜라 철학의 거대한 산맥을 쌓아 올린 대학자의 입을 닫게 했을까? 무엇이 인간 이성의 힘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우주의 질서를 논리적으로 해명하려 했던 그의 모든 노력을 한낱 ‘지푸라기’로 만들었을까?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애 마지막 3개월을 둘러싼 깊은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먼저 그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장엄한 사상의 건축물, 『신학대전』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신을 향한 다섯 가지 길’에서 출발해 행복, 덕, 법, 그리고 사랑에 이르는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탐험한다. 그의 논리는 차갑고 명징하지만, 그 기저에는 진리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흐른다. 이 책은 그의 방대한 사상을 다섯 개의 핵심 챕터로 압축하여,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깊은 통찰을 길어 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그의 침묵 앞에 선다.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신비적 체험이라는 통상적인 해석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지적 여정의 정점에서 마주한 언어와 이성의 한계, 그리고 그 너머의 실제에 대한 경외를 탐구한다. 그의 침묵은 패배나 중단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철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결론이었을지 모른다. 이 책은 한 위대한 사상가의 드라마틱한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며, 말의 끝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앎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할 것이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지푸라기가 된 말들 Chapter 1: 이성의 계단, 신을 향한 다섯 길 Chapter 2: 행복이라는 목적지, 덕과 법의 지도 Chapter 3: 사랑, 모든 덕의 완성 Chapter 4: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 그리스도 Chapter 5: 미완의 대서사시, 침묵의 시작 에필로그: 침묵이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