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평온한 표면 아래, 복잡하게 얽힌 터널과 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지하도시가 존재합니다. 이 도시의 설계자이자 건설자는 바로 몸길이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작은 갑각류, ‘쏙’입니다. 겉보기엔 연약한 이 생물은 갯벌의 가장 위대한 토목기사입니다. 이 책은 갯벌 생태계의 핵심 설계자, 쏙의 경이로운 삶을 깊이 파고듭니다. 쏙은 단순히 굴을 파는 동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몸보다 수십 배 깊은 Y자형 수직 터널을 뚫고, 그 안에서 물을 순환시켜 플랑크톤을 걸러 먹으며 살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갯벌 깊숙이 산소와 유기물을 공급하고, 퇴적물을 뒤섞어 갯벌 전체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생물교란(Bioturbation)’의 주역이 됩니다. 쏙의 활동이 멈추면 갯벌의 정화 능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생태계의 균형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쏙: 갯벌의 토목기사』는 쏙의 독특한 신체 구조와 굴착 기술부터, 지하 왕국 안에서 벌어지는 번식과 생존 전략, 그리고 갯벌의 다른 생물들과 맺는 복잡한 관계까지 낱낱이 파헤칩니다. 때로는 바지락 양식장에 피해를 주는 존재로 오해받지만, 갯벌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쏙의 진정한 가치를 조명합니다. 이 작은 생물학자의 삶을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세상을 떠받치는 존재들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갯벌 아래 숨겨진 지하도시의 비밀을 탐험하며, 작은 존재가 어떻게 거대한 생태계를 움직이는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프롤로그: 보이지 않는 도시의 건축가 Chapter 1: 갯벌의 숨은 거인, 쏙의 정체 Chapter 2: 지하도시의 설계도 Chapter 3: 굴 안의 작은 우주 Chapter 4: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술, 생물교란 Chapter 5: 공존과 갈등의 경계에서 에필로그: 작은 존재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