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극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사무라이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정수리를 밀고 남은 머리카락을 묶어 올린 ‘촌마게(丁髷)’는 현대인의 시선으로 볼 때 기괴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왜 그들은 이런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했을까요? 단순히 유행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안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을까요? 이 책은 사무라이의 상징과도 같은 헤어스타일과 패션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탐구합니다. 우리는 먼저 ‘촌마게’가 탄생한 배경을 파헤칩니다. 덥고 습한 전장에서 무거운 투구(가부토)를 써야 했던 사무라이들에게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열과 땀으로 인한 고통의 원인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극히 실용적인 선택이 어떻게 계급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합니다. 나아가 그들의 옷차림을 시대순으로 살펴봅니다. 전장을 누비던 시절의 육중한 갑옷(요로이)에서부터 평화로운 에도 시대에 관료로서의 격식을 보여주는 가미시모(裃)에 이르기까지, 복식의 변화를 통해 사무라이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봅니다. 또한 사무라이의 영혼이라 불리는 칼, 즉 가타나와 와키자시가 단순한 무기를 넘어 어떻게 그들의 신분과 미의식을 드러내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이 되었는지 분석합니다. 마지막으로 가문의 문장(가몬)과 의복의 문양, 색상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고,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촌마게와 칼이 사라지게 된 역사적 사건을 통해 그들의 시대가 어떻게 저물었는지를 조명합니다. 사무라이의 외형은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사로서의 기능, 사회적 지위, 개인의 미학이 응축된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기묘해 보이는 스타일 속에 담긴 실용성과 상징의 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프롤로그: 기묘한 머리, 그 속에 담긴 세계 Chapter 1: 전장의 실용성이 낳은 스타일, 촌마게 Chapter 2: 갑옷과 일상복, 시대가 바꾼 사무라이의 옷차림 Chapter 3: 칼, 무기이자 패션의 정점 Chapter 4: 문양과 색, 말없는 자기표현의 언어 Chapter 5: 단발령과 폐도령, 스타일의 종말과 유산 에필로그: 외형을 통해 본질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