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의 도시에서 시간을 맛보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이스탄불의 화려함, 카파도키아의 신비로움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가 튀르키예 남동부에 숨 쉬고 있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미식의 도시이자, 실크로드의 심장이었던 가지안테프.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을 오감으로 맛보는 깊은 미식과 인문 기행이었다. 이 책은 여행자 ‘루미’의 시선을 따라 가지안테프에서의 하루를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구리 망치 소리와 알레포 고추의 알싸한 향이 뒤섞인 시장의 아침부터,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의 ‘집시 소녀’가 건네는 천 년의 시선 앞에 압도당하는 경이로운 순간까지. 작가는 도시의 모든 감각을 섬세한 문체로 포착한다. 가지안테프의 영혼이라 불리는 음식들의 향연도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른 아침, 현지인들의 해장국이라 불리는 ‘베이란 수프’의 강렬한 온기는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깨우고, 잘 구워진 케밥 한 조각에서는 아나톨리아의 풍요로운 대지가 느껴진다. 세계 최고의 피스타치오로 만든 바클라바 가게에서 만난 장인의 따뜻한 미소와 달콤한 환대는 낯선 여행자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다. 『향신료의 도시에서 시간을 맛보다』는 단순한 미식 가이드나 여행 정보를 넘어선다. 오래된 찻집에서 현지인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향신료 가게 주인의 구수한 입담에 귀 기울이며,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길을 거닐었던 순간들을 통해 독자는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에서 과거와 현재를 음미하며 보낸 하루의 기록은, 우리에게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일상 속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법을 일깨워준다.

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프롤로그: 시간의 향기가 배어 있는 도시 Chapter 1: 구리 망치 소리 아래, 향신료의 아침 Chapter 2: 천 년의 시선, 제우그마의 집시 소녀 Chapter 3: 도시의 영혼을 맛보다, 베이란과 케밥 Chapter 4: 달콤한 환대, 바클라바와 피스타치오 Chapter 5: 오래된 골목에서 길어 올린 시간의 온기 에필로그: 혀끝에 남은 도시의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