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도시의 아파트 문, 자동차 앞유리, 가게 문짝에 붙는 붉은 스티커. 우리는 그것을 ‘압류 딱지’라 부릅니다. 그 붉은 표식은 ‘연체’, ‘체납’, ‘실패’라는 단어를 차갑게 내뱉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지워버립니다. 이 책은 그 붉은 딱지 아래 가려진 인간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기록입니다. 법 집행관의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이 한 가족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흔드는지, 그 순간의 공기와 무게를 생생하게 포착합니다. 사람들은 왜 빚의 굴레에 빠지게 될까요? 이 책은 그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나태나 과소비에 있지 않음을 다양한 사연을 통해 보여줍니다. 갑작스러운 질병, 예기치 못한 사고, 성실하게 일궜지만 무너져버린 사업, 믿었던 관계의 배신처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이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따라갑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시스템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더 깊은 절망으로 밀어내는가? 이 책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편리한 프레임 뒤에 숨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빚을 양산하고,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법칙들을 고발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절망의 기록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놀라운 용기와 회복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법적 제도를 통해 스스로를 구제하고, 공동체 안에서 위로와 지지를 발견하며, 마침내 빚이라는 족쇄를 끊고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붉은 딱지는 채무자만의 표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연약한 고리이자, 언제든 우리 자신의 문 앞에 붙을 수 있는 시대의 상처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붉은 딱지 뒤에 숨은 ‘사람’을 발견하고, 낙인 없는 사회를 향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DeliAuthor]소심한 평범한 아저씨. 바다와 자유를 꿈꾸며 매일 동네를 걷는다. 좋아하는 건, 돈 없이도 사업이 된다고 사기 치는 것—나름 철학이다.
[DeliList]프롤로그: 붉은 스티커가 말하지 못하는 것들 제1장. 붉은 딱지가 붙는 순간 제2장. 딱지 아래 숨은 사연들 제3장. 시스템은 왜 사람을 밀어내는가 제4장. 꺼져가는 삶에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제5장. 우리는 누구의 딱지를 보고 있는가 에필로그: 딱지를 떼어낸 자리에 남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