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예술가는 말했다.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다.” 그는 캔버스를 비웠고, 색을 하나만 남겼으며, 마침내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팔아버렸다. 영수증만 남기고, 금을 받아 강에 던지며, 구매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예술’을 건넸다. 그의 이름은 이브 클랭(Yves Klein). 현대미술 역사상 가장 대담하게 ‘무(無)’를 유료화한 인간이다. 우리는 보통 예술을 “보이는 것”이라 믿는다. 형태, 색채, 물질, 기술. 그러나 클랭은 그 믿음을 정면으로 부쉈다. 그는 예술의 본질이 물질이 아니라 경험이며, 믿음이며, 합의라고 선언했다. 그가 만든 푸른색—IKB(International Klein Blue)—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하늘도, 바다도 아닌 순수한 감성, 영혼의 색이었다. 이 책은 천재적인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일대기를 넘어, 가격, 신뢰, 제도, 믿음이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서다. 이브 클랭은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예술과 가치를 믿는 방식을 실험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던져 허공에 도약했고, 살아있는 여성의 몸을 ‘붓’으로 삼아 인간의 흔적을 찍어냈으며, 불과 바람 같은 자연의 힘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의 모든 행위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예술이라 믿는가?” “당신은 무엇을 사면서, 그 안에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 앞에서 사람들은 침묵했고, 그 침묵은 곧 작품이 되었다. 이 책은 이브 클랭이라는 가장 급진적인 창업가의 비즈니스 모델을 해부한다. 당신이 지금껏 단단하다고 믿어왔던 가치의 개념이 어떻게 한 예술가의 손에서 분해되고 재조립되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위대한 가치는 언제나 비어있는 곳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DeliAuthor]소심한 평범한 아저씨. 바다와 자유를 꿈꾸며 매일 동네를 걷는다. 좋아하는 건, 돈 없이도 사업이 된다고 사기 치는 것—나름 철학이다.
[DeliList]프롤로그: 보이지 않는 것을 파는 남자 Chapter 1: 세상에 없던 파랑, 영혼의 색을 발명하다 Chapter 2: 살아있는 붓, 인간의 흔적을 찍어내다 Chapter 3: 완벽한 거래, 비어있음을팝니다 Chapter 4: 불과 바람, 자연의 힘을 훔치다 Chapter 5: 예술인가, 사기인가? 시대를 앞서간 마케터 에필로그: 금가루는 강물에 흩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