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우리를 깊은 불편함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나치 장교의 가족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웃고, 아내는 정원을 가꾸며, 남편은 출근합니다. 담장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비명과 총성, 하늘을 뒤덮는 검은 연기는 그들의 일상에 어떤 균열도 내지 못하는 배경 소음일 뿐입니다. 악은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일상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 법정에서 마주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악마적 광신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저 생각하기를 멈춘, 성실하고 유능한 관료였습니다. 아렌트는 그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길어 올렸습니다. 이는 악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각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괴물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유하기’를 포기한 모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괴물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나 아렌트의 통찰을 시작으로 알베르 카뮈, 조르조 아감벤의 사상을 넘나들며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어떻게 괴물을 키워내는지를 탐색합니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통해 부조리한 재앙 앞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연대의 의미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개념을 통해 인간을 손쉽게 제거 가능한 ‘벌거벗은 생명’으로 만드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파헤칩니다. 이 책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은 가장 위험한 순응이며,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행위야말로 우리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임을 역설합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외면하고 있습니까?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담벼락 너머의 세상 Chapter 1 사유의 부재: 평범한 얼굴의 괴물 Chapter 2 기계가 된 인간: 언어의 소멸과 관료제의 비극 Chapter 3 페스트의 도시: 부조리에 맞서는 연대의 윤리 Chapter 4 벌거벗은 생명: 누가 인간이고 누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권력 Chapter 5 생각하는 저항: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에필로그: 인간적인 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