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기차에 오르면,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서 전혀 다른 시간의 결을 가진 도시, 쿠트나 호라를 만납니다. 한때 보헤미아 왕국의 심장을 뛰게 했던 은의 도시이자, 수만 개의 유골로 지어진 경이로운 납골당을 품은 곳. 이 책은 두 개의 상징적인 이름, ‘뼈’와 ‘은’을 길잡이 삼아 쿠트나 호라의 깊은 속살을 걷는 서정적인 여행 에세이입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세들레츠 납골당에서 우리는 죽음의 공포가 아닌, 그것을 끌어안고 영원으로 나아가려 했던 인간의 경건한 사유와 마주합니다. 뼈로 만든 샹들리에와 가문의 문장은 선정적인 볼거리를 넘어, 모든 존재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는 침묵의 설교를 들려줍니다. 다시 도시의 심장부로 걸음을 옮기면, 유럽의 은 생산량 3분의 1을 차지하며 프라하의 영광을 뒷받침했던 ‘은의 도시’의 역사가 펼쳐집니다. 광부들의 고된 노동과 희망이 서린 땅 위에 세워진 성 바르바라 대성당의 장엄한 자태는 그 자체로 쿠트나 호라의 영혼입니다. 광부의 수호성인에게 바쳐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쏟아지는 빛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땅 밑 가장 깊은 곳에서 하늘 가장 높은 곳을 갈망했던 이들의 기도가 느껴집니다. 이 책은 단순히 명소를 소개하는 안내서가 아닙니다. 붉은 지붕이 맞닿은 언덕길을 오르고, 이름 모를 골목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전망대에서 도시의 고요한 파노라마를 응시하는 여행자의 내면을 따라갑니다. 화려함 대신 깊이를, 소유 대신 사유를 추구하는 여행자에게 쿠트나 호라가 건네는 묵직한 질문과 위로를 섬세하고 차분한 문체로 담았습니다. 은의 광채와 뼈의 침묵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당신의 여행은 한층 더 깊어질 것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시간의 결이 다른 도시로 Chapter 1: 세들레츠 납골당, 뼈가 속삭이는 침묵의 기도 Chapter 2: 은의 도시, 보헤미아의 심장을 뛰게 하다 Chapter 3: 성 바르바라 대성당, 광부들의 믿음이 쌓은 하늘 Chapter 4: 언덕의 골목길, 살아있는 기억의 풍경 Chapter 5: 은과 뼈가 남긴 질문 앞에서 에필로그: 깊이를 위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