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익숙함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으면, 체코의 풍경은 점차 깊고 짙은 녹색으로 변해간다. 창밖으로 스치는 낮은 산과 무성한 숲의 파노라마는 우리가 북보헤미아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린다. 독일과 폴란드,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땅 리베레츠(Liberec)는 그렇게 고요하고도 낯선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도시의 상징은 단연 예슈테트 산 정상에 우뚝 솟은 예슈테트 타워다. 미래적인 쌍곡면 형태의 이 건축물은 단순한 송신탑이 아니라 호텔과 레스토랑을 품은 독창적인 공간이다. 타워 전망대에 서면 리베레츠 시가지는 물론, 끝없이 펼쳐진 북보헤미아의 광활한 자연이 발아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풍경 앞에서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도시의 첫인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산에서 내려와 도착한 구시가지 광장은 프라하의 소란스러움과는 다른, 차분하고 정돈된 아름다움을 지녔다. 장엄한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가 광장을 굽어보고, 그 주위를 오가는 낡은 트램과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리베레츠의 느린 호흡이 느껴진다. 한때 ‘보헤미아의 맨체스터’라 불릴 만큼 번성했던 섬유 산업의 역사는 이제 박물관과 과학관, 소규모 갤러리 같은 문화 공간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산업 도시의 견고함과 문화 도시의 유연함이 공존하는 이곳의 거리를 걷다 보면, 리베레츠가 더 이상 스쳐 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오롯이 머물며 그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은 도시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화려한 관광지를 좇는 여행이 아닌, 한 도시의 고유한 리듬에 발을 맞추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예슈테트 타워의 경이로운 건축미부터 소박한 골목길의 정취까지, 리베레츠가 들려주는 다층적인 매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조용히 지도 위에서 이 도시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게 될 것이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경계의 도시로 향하는 길 Chapter 1: 하늘을 향한 독창성, 예슈테트 타워 Chapter 2: 구시가지의 느린 호흡, 광장의 오후 Chapter 3: 직물의 도시에서 문화의 도시로 Chapter 4: 일상 속에 스며든 예술과 과학의 흔적 Chapter 5: 머무는 이를 위한 도시의 속삭임 에필로그: 지도의 한 점이 빛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