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란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나는 분주한 여행의 쉼표를 찍어줄 작은 도시를 떠올렸다. 그곳은 바로 물 위에 뜬 동화처럼 고요히 잠들어 있는 텔치(Telč)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의 심장은 자하리아시 광장.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파스텔 색조의 옷을 맞춰 입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책은 텔치에서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담히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이른 아침, 도시를 감싼 인공 연못의 물안개를 시작으로, 정오의 햇살 아래 더욱 선명해지는 광장의 색채 리듬을 좇는다. 16세기 영주였던 ‘흐라데츠의 자하리아시’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쌓아 올린 텔치 성의 고요한 회랑을 거닐며 한때 이곳을 채웠을 역사의 숨결을 느낀다. 오후에는 광장의 작은 카페에 앉아 시간의 흐름을 관찰한다. 관광객들의 느긋한 걸음, 아이들의 웃음소리, 돌바닥에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까지, 텔치의 모든 순간은 서두르지 말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해가 기울며 광장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풍경은 이 작은 도시가 왜 ‘체류의 가치’를 일깨우는지 증명한다. 『파스텔빛 광장이 하루를 품은 곳, 체코 텔치』는 단순히 명소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하나의 공간이 어떻게 시간과 빛을 머금고 여행자에게 깊은 사유의 순간을 선물하는지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텔치의 파스텔빛 풍경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분주한 일상에서 잊고 있던 ‘천천히 머무를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물 위에 뜬 파스텔 상자 Chapter 1: 역사를 간직한 연못과 돌의 시간 Chapter 2: 색채의 리듬이 흐르는 자하리아시 광장 Chapter 3: 성, 고요한 권위의 회랑을 걷다 Chapter 4: 광장의 오후, 커피 한 잔에 담긴 풍경 Chapter 5: 해 질 녘, 빛이 남긴 마지막 문장 에필로그: 서두르지 않을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