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란을 뒤로하고 기차는 남쪽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체코 남모라비아의 소도시, 즈노이모(Znojmo)에서의 하루는 익숙한 여행의 문법에서 벗어난 고요한 사색의 시간이었다. 이 책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시간의 결이 켜켜이 쌓인 작은 도시의 깊이를 탐색하는 하루의 여정이다. 발밑에는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미로처럼 얽힌 중세의 지하 통로가 숨 쉬고, 땅 위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즈노이모는 ‘보이지 않는 도시’와 ‘햇살 아래의 도시’라는 극적인 대비를 품고 여행자를 맞이한다. 어둡고 서늘한 지하 통로를 걸으며 도시의 오랜 방어와 저장의 역사를 감각하고, 고딕 양식의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 올라 디예 강이 부드럽게 감싸 안은 붉은 지붕의 파노라마를 마주한다. 점심에는 도시 외곽의 포도밭에서 자란 와인 한 잔에 이 땅의 기후와 토양, 사람들의 삶을 음미한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이 도시의 하루는 그 자체로 깊은 명상이 된다. 『지하 통로와 포도밭 사이에서, 체코 즈노이모의 하루』는 빠름과 소란에 지친 이들에게 ‘느리게 걷는 여행’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지하의 어둠과 포도밭의 햇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즈노이모의 길 위에서, 독자들은 자신만의 사색의 공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국경의 아침, 시간의 경계에 서다 Chapter 1: 보이지 않는 도시, 즈노이모 지하 통로 Chapter 2: 언덕 위,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내려다본 풍경 Chapter 3: 땅의 맛, 포도밭이 들려주는 이야기 Chapter 4: 붉은 지붕 아래, 구시가지의 느린 오후 Chapter 5: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길 위에서 에필로그: 하루의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