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기록에서 길어 올린, 평범한 날들을 위한 묵상 에세이. 저자는 흐린 아침 성내천변을 산책하며 마주친 풍경에서부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안개 낀 강변, 홀로 먹이를 찾는 어린 두루미, 강을 경계로 나뉜 부와 높이의 풍경을 응시하며 일상 속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들을 발견합니다. 안과에 가야 한다는 남편의 전화 한 통에 여유롭던 산책은 숨 가쁜 달리기로 바뀌고,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몸을 느끼며 세월의 흐름을 문득 깨닫습니다. 책은 노안이라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 휴대폰을 멀리하고 먼 곳을 바라보며 눈과 마음의 쉼을 찾으려는 작은 노력들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두 시간의 정성이 십 분의 식사로 끝나는 집밥의 비효율성 앞에서 '사람이 효율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소박한 진리를 되새기고, 돌봄으로 채워진 하루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합니다. 저녁의 산책, 만 보를 채우며 무거워졌던 몸과 마음이 다시 가벼워지는 경험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웁니다. 하루의 끝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위해 맥주 한 잔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분주하고 고단했던 오늘을 무사히 앉히고, 돌봄의 주체였던 자신에게 잠시 의자를 내어주는 다정한 의식입니다. 『나에게 잠깐 의자를 빼주는 날』은 이처럼 사소한 순간들 속에 숨겨진 삶의 충만함과 위로를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자신을 돌볼 여유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하루를 다정하게 매듭짓는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흐리지만 촉촉한 아침 Chapter 1 안개 속의 걸음 경계 위의 시선 Chapter 2 몸의 시간 마음의 시간 Chapter 3 비효율의 충만함 Chapter 4 만 보의 가벼움 Chapter 5 나에게 의자를 내어주는 시간 에필로그: 오늘을 무사히 앉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