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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로 남은 크리스마스. 종소리로남은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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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로 남은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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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세상은 늘 같은 방식으로 분주해진다. 반짝이는 장식과 캐럴, 연말의 인사들이 거리를 채운다. 하지만 내게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소리로 먼저 다가온다. 눈에 보이기 전에, 손에 잡히기 전에, 귀로 먼저 도착하는 기억. 새벽을 가르며 울리던 교회 종소리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새벽마다 울리던 종소리는 마을의 시간을 깨우는 신호였다. 그 소리는 알람처럼 날카롭지 않았고, 명령처럼 강요하지도 않았다. 다만 하루가 시작된다라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이 들기도 했고, 이불 속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종소리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인지 나는 그 소리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은 늘 믿음을 배반한다. 교회는 어느 날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전혀 다른 건물이 들어섰다. 종소리도, 트리도, 아이들의 노래도 더 이상 그곳에는 없다. 그런데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로 돌아간다. 눈을 감으면 교회 안 풍경이 또렷이 떠오르고, 작은 몸으로 무대에 서 있던 나 자신이 보인다.

 

이 책은 사라진 교회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그곳에서 보냈던 나의 어린 시절, 종소리와 노래와 눈빛으로 남아 있는 크리스마스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해마다 이 계절이 오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 기억에 더 가까운 어떤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시절로 조심스레 돌아가 보려 한다. 소리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까지 이어진 조용한 빛을 따라.

 

수정 드림


[DeliAuthor]

나의 유년 시절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혼하면서 지금 인생의 절반을 좌절과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좋은 인연 덕분에 지금은 다행스럽게 귀한 분을 만나 평소 하고 싶었던 책 쓰기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집 앞 교회와 새벽 종소리

2. 트리 아래에서 배운 노래

3. 사라진 교회와 남아 있는 풍경

4. 새벽에 들려오던 찬송가

5. 교회 안 그날의 풍경

6. 어린 믿음 어른의 거리

7. 지금도 돌아오는 계절

8. 눈을 감으면 다시 울리는 소리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