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남부, 다뉴브강과 드라바강 사이에 자리한 도시 페치(Pécs)로 떠나는 하루의 여행 기록. 이곳은 익숙한 헝가리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어딘가 지중해를 닮은 햇살과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페치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여러 시대가 하나의 공간에 고요히 겹쳐 있음을 직감합니다. 이 책은 여행자의 시선을 따라 페치의 시간을 천천히 걷습니다. 땅속 깊은 곳, 초기 기독교인들의 영원이 잠든 로마 시대의 네크로폴리스에서 고대의 속삭임을 듣고, 도시의 심장인 세체니 광장에서는 이슬람 모스크였던 건물이 가톨릭 성당으로 변모한 모습을 바라보며 권력과 믿음의 거대한 전환을 목격합니다. 로마의 벽화, 오스만의 둥근 돔, 바로크 양식의 석상이 한낮의 햇살 아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은 페치만이 들려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페치의 시간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구시가지 골목길에서 마주친 활기찬 카페와 대학 도시 특유의 젊은 에너지, 그리고 도시 곳곳을 채색하는 졸너이(Zsolnay) 타일의 영롱한 빛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터전임을 보여줍니다. 『로마와 오스만의 시간이 겹친 오후, 헝가리 페치』는 화려한 볼거리를 좇는 여행이 아닌, 한 도시가 품은 시간의 결을 느끼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일상으로 흘러드는 도시, 페치의 오후 햇살 속으로 함께 걸으며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지중해의 햇살이 머무는 곳 Chapter 1: 땅속에 잠든 로마의 목소리, 네크로폴리스 Chapter 2: 광장에 선 두 개의 시간, 파샤 카심 모스크 Chapter 3: 골목을 흐르는 오늘의 리듬 Chapter 4: 빛과 색이 빚어낸 도시의 영혼, 졸너이 Chapter 5: 시간을 걷는다는 것의 의미 에필로그: 겹쳐진 햇살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