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서쪽 끝,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도시 쇼프론으로 떠나는 하루의 산책. 기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마주하는 풍경은 익숙한 헝가리가 아닌, 마치 잘 정돈된 오스트리아의 어느 소도시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파스텔 톤 건물의 색감과 우아한 지붕선, 고요하고 깨끗한 거리의 분위기는 ‘여기가 정말 헝가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이 책은 국경 도시가 품은 복잡한 역사나 정치적 의미를 파고들기보다, 한 여행자가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감각과 사유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구시가지의 상징인 불의 탑(Firewatch Tower) 주변을 서성이며 독일어와 헝가리어가 섞여 들리는 소리를 듣고, 오스트리아풍 건축물 사이에서 헝가리의 일상을 발견합니다. 1921년, 주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헝가리에 남기를 선택했던 도시의 역사적 사실은 그 선택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배경이 되어줍니다. 쇼프론의 진짜 매력은 두 문화가 경쟁하거나 충돌하는 대신, 카페의 커피 향처럼, 나른한 오후의 햇살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삶이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평온한 표정 속에서, 국경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희미해질 수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도 헝가리도 아닌, 오직 ‘쇼프론의 오후’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독특한 공기와 시간을 담은 기록입니다. 속도를 늦추고 익숙한 경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고요하고 편안한 산책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여기가 헝가리 맞나 Chapter 1: 국경의 색채와 도시의 결 Chapter 2: 불의 탑 아래에서 듣는 시간의 속삭임 Chapter 3: 가장 충실했던 도시의 조용한 선택 Chapter 4: 카페 창가에 스며든 오후의 공존 Chapter 5: 경계선이 흐려지는 자리 에필로그: 쇼프론의 공기로 기억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