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기록하고, 더 쉽게 저장합니다. 스마트폰 갤러리에는 수만 장의 사진이 잠들어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온갖 종류의 메모와 문서가 빼곡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붙잡아 둘 수 있다고 믿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책은 바로 그 믿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글을 쓰면서도 문자가 인간의 기억을 강화하는 대신 망각을 연습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문자에 담긴 지식을 자신의 지혜로 착각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오늘날 디지털 아카이브 시대에 더욱 섬뜩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 풍경을 '보는' 행위는 '보관'하는 행위로 변질되고, 메모하는 순간 기억의 책임은 외부 장치로 넘어갑니다. 우리는 점점 삶의 경험자가 아닌, 경험의 기록 관리자로 전락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와 같이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이 왜 직접 글을 남기지 않았는지 그들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탐색합니다. 그들에게 지혜는 박제된 텍스트가 아니라 살아있는 대화와 실천, 즉 온전한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기록은 흔적이고, 사유는 불꽃'이라는 명제 아래, 우리는 기록이라는 행위에 가려진 '생각의 게으름'과 '기억의 외주화' 현상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기록을 비판하고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록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거듭나는 법을 제안합니다. 수동적인 아키비스트에서 벗어나 삶의 기획자이자 감독으로서 기록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며, 어떻게 하면 기록이 죽은 사유의 사체가 아닌, 살아있는 생각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독자 여러분이 잠시 멈추어 서서 기록과 경험 사이의 균형을 되찾고, 삶에 온전히 몰입하는 기쁨을 회복하도록 돕는 성찰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기록하는 인간, 의심하는 인간 Chapter 1. 망각을 연습하는 시대 Chapter 2. 현자들은 왜 쓰지 않았는가 Chapter 3. 사유의 불꽃, 기록의 흔적 Chapter 4. 기록의 주인이 되는 법: 기획자이자 감독으로 Chapter 5. 경험의 복원, 삶으로의 몰입 에필로그: 흔적을 넘어 불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