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심장, 모스타르의 오후는 네레트바 강 위에서 시작됩니다. 에메랄드빛 강물 위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떠 있는 아치,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이 책은 다리 하나가 어떻게 한 도시의 역사와 현재, 상처와 회복의 서사를 품게 되었는지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여행자는 햇살에 반짝이는 미끄러운 조약돌 길을 따라 오래된 상점가 쿠윤질루크를 걷습니다. 구리 공예품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 터키식 커피의 짙은 향기, 여러 언어가 뒤섞인 나지막한 소음 속에서 모스타르가 박제된 유적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는 삶의 터전임을 느낍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상징인 스타리 모스트로 향합니다. 다리 위에 멈춰 서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묘하게 다른 얼굴을 한 도시가 펼쳐집니다. 한쪽은 오스만 제국의 시간을 간직한 모스크와 첨탑이, 다른 한쪽은 또 다른 역사의 결이 쌓인 풍경이 자리합니다. 이곳에서 여행자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 위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젊은 다이버들을 마주합니다. 수백 년간 이어진 그들의 도약은 단순한 관광 상품을 넘어, 도시의 명맥을 잇는 강인한 생명력의 증거처럼 다가옵니다. 이 책은 전쟁으로 무너졌다가 온 세상의 염원으로 다시 세워진 다리의 역사를 깊게 파고들지 않습니다. 대신 ‘다시 이어졌다’는 사실이 이 도시의 공기에 어떤 여운을 남겼는지, 상처의 흔적이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조용히 공존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해가 기울고 아치의 그림자가 강물 위로 길게 드리워지는 오후의 끝자락, 여행자는 깨닫습니다. 모스타르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저 아치 하나로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음을. 이것은 한 여행자가 빌려 쓴 모스타르의 고요하고도 눈부신 오후의 기록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풍경 하나로 기억되는 도시 Chapter 1: 돌이 기억하는 길, 쿠윤질루크 Chapter 2: 아치 위에서의 멈춤, 두 개의 풍경 Chapter 3: 뛰어내리는 젊음, 이어지는 숨 Chapter 4: 다시 이어진다는 것의 의미 Chapter 5: 그림자가 강물에 녹아들 때 에필로그: 다리가 건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