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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읍성, 시간 위를 걷다. 경주읍성시간위를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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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읍성, 시간 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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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경주에 산다는 것은 때로는 시간을 업고 걷는 일과 닮아 있다. 이 도시에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다. 출근길의 신호등 앞에서도, 장을 보러 가는 시장 골목에서도, 무심코 고개를 들면 언제나 과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보다 오래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이곳의 공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경주에서 태어나 자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여행자로 머물다 떠나는 사람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도시에 살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이 도시의 시간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저 유적이 많은 도시라고만 생각했던 경주가, 이제는 살아 있는 역사처럼 느껴진다. 늦게 찾아온 관심은 오히려 더 깊고 조심스럽다. 몰랐던 시간을 뒤늦게 마주하는 마음에는 미안함과 설렘이 함께 섞여 있다. 요즘 나는 경주읍성 정비·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자주 지나친다.


가림막 너머로 보이는 흙더미와 드러난 돌들, 번호가 매겨진 성석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늦춘다. 한때는 성이었고, 한때는 길이었고, 또 한때는 잊힌 땅이었을 그 자리에 지금은 다시 쌓음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풍경 앞에서 나는 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복원하고 있는 것일까. 돌과 성곽만을 다시 세우는 것일까, 아니면 잊혀졌던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일일까.

 

이 책은 경주읍성에 대한 학술적인 기록이 아니다. 연대와 치수, 구조를 꼼꼼히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대신 경주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늦게나마 역사에 마음을 빼앗긴 시민으로서 걷고 보고 느낀 것들을 적어 내려간다. 경주읍성이 어떻게 조성되었고, 왜 무너졌으며, 어떤 흔적으로 남아 오늘의 복원으로 이어졌는지를 나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성은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쌓이는 시간과 무너지는 시간, 그리고 다시 기억되는 시간을 모두 품고 있을 때 비로소 성이 된다. 이 책은 그 시간 위를 천천히 걷는 기록이다. 경주읍성의 돌 사이에 남아 있을 사람들의 숨결을 상상하며, 오늘을 사는 내가 과거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수정 드림


[DeliAuthor]

나의 유년 시절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혼하면서 지금 인생의 절반을 좌절과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좋은 인연 덕분에 지금은 다행스럽게 귀한 분을 만나 평소 하고 싶었던 책 쓰기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경주 읍성의 조성과 붕괴

2. 경주 읍성의 흔적

3. 경주읍성 정비 복원사업

4. 전 경주문화원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