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드리아해의 가장 깊숙한 보석, 몬테네그로 코토르로 향하는 고요한 여정의 기록이다. 여행은 마치 피오르드처럼 여러 번 몸을 접으며 육지 안으로 스며드는 기묘한 바닷길에서 시작된다. 산과 산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바다의 끝, 그 마지막 자락에 웅크린 성벽 도시 코토르와의 첫 만남은 한 폭의 정적인 풍경화와 같다. 성벽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시간의 흐름은 외부와 단절된다. 좁고 서늘한 돌의 미로, 햇빛마저 길을 잃는 골목에서 여행자는 도시의 진짜 속살과 마주한다. 길의 주인이자 코토르의 영혼인 고양이들의 나른한 걸음과 닳고 닳은 돌바닥의 감촉은 ‘보는 여행’이 아닌 ‘머무는 여행’의 가치를 일깨운다. 성 트리폰 대성당의 묵직한 존재감 앞에서 도시의 역사를 체감하고, 가파른 성벽을 오르며 비로소 코토르를 감싼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수많은 걸음 끝에 마주한 정상에서 내려다본 코토르 만의 풍경은, 왜 이곳이 자연의 요새이자 안식처일 수밖에 없는지를 침묵으로 증명한다. 이 책은 화려한 명소를 나열하는 대신, 한 여행자가 코토르라는 공간의 리듬에 스며들어 그곳의 빛과 온도, 소리와 침묵을 온전히 겪어내는 과정을 섬세한 문장으로 따라간다. 설명보다 감각이, 말보다 고요한 응시가 더 깊은 이해를 가져다준다는 믿음 아래, 코토르는 ‘발견하는 도시’가 아니라 ‘젖어드는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해 질 녘, 변하지 않는 만의 풍경 앞에서 여행의 끝이 아닌, 긴 여운의 시작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접힌 바다의 서곡 Chapter 1: 성벽의 문, 다른 시간으로의 입구 Chapter 2: 골목의 주인, 고양이와 돌의 리듬 Chapter 3: 성 트리폰의 침묵, 광장을 지키는 두 개의 탑 Chapter 4: 시간을 오르는 길, 성벽의 능선에서 본 풍경 Chapter 5: 만의 정점, 자연이 완성한 도시의 고요 에필로그: 남겨진 빛, 머무는 자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