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푸른 물길이 내륙 깊숙이 스며든 곳, 코토르 만의 가장 은밀한 심장부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소음과 속도가 잦아드는 물가의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마을 페라스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책은 그 첫 만남의 순간에서 시작합니다. 페라스트의 하늘을 찌르는 바로크 양식의 종탑과 그 아래 잔잔하게 펼쳐진 바다. 이 책은 수직과 수평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간 감각을 섬세한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몇 걸음이면 끝나는 짧은 골목과 단정한 돌집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이곳에서는 걷는 속도보다 멈추어 서는 태도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해안가 카페 테이블에 앉아 파도 소리와 간헐적으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보내는 오후는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됩니다. 물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바위의 성모’와 ‘성 게오르기우스’ 섬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우리는 무언가를 정복하려는 여행이 아닌, 그저 풍경의 일부가 되어 머무는 여행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과거 해상 무역으로 번영했던 귀족들의 품격이 여전히 건물과 거리의 빛깔에 서려 있는 이곳은, 왜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채우지 않아도 충분해서’ 매력적인지를 이야기합니다. 해가 저물고 다시 종탑을 올려다볼 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페라스트의 시간은 여행자의 방문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유유히 흐르고 있음을. 이 책은 분주한 일상에 쉼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바로크 종탑 아래에서 경험한 느리고 충만한 시간의 풍경을 선물할 것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만의 가장 깊은 고요 속으로 Chapter 1: 종탑의 수직, 바다의 수평 Chapter 2: 몇 걸음의 산책, 오랜 머무름 Chapter 3: 풍경이 된 두 개의 섬 Chapter 4: 파도 소리와 찻잔이 놓인 시간 Chapter 5: 비어 있어 완전한 공간 에필로그: 떠나온 자리에 남는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