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더 긴 시간을 선물했지만, 그 시간이 언제나 축복인 것만은 아닙니다. 병을 안고 길어진 삶, ‘유병장수’는 이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현실이 되었습니다. 과거라면 끝이었을 질병이 만성질환으로 관리되며 일상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질문이 남습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은 과연 잘 사는 것일까요? 이 책은 실명과 지병으로 30여 년을 힘겹게 버텨온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저자가 길어 올린 내밀한 성찰의 기록입니다. 의료 기술이 연장한 생명의 시간과 그 시간을 채우는 삶의 질 사이의 간극, 환자 본인의 고통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을 뒤흔드는 돌봄의 무게, 그리고 그 속에서 희미해지는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몸은 살아있지만 삶은 멈춘 것 같은 무력감, 치료는 끝났지만 진정한 회복은 오지 않는 시간들, 그리고 ‘이만하면 됐다’고 말할 권리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존엄과 자기결정권, 가족의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주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함께 생각하기를 권합니다. 부모 요양과 가족 돌봄의 현실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마주할 생의 마지막 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단단한 사유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 질문들을 통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가벼운 내일을 향한 능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Chapter 1. 명(明): 살아 있음이 여전히 선물일 때 Chapter 2. 의료가 만든 기적, 가족이 치르는 비용 Chapter 3. 암(暗): 몸은 살아 있고, 삶은 대기 상태일 때 Chapter 4. 존엄은 어디에 남는가 Chapter 5. 잘 사는 것과 오래 사는 것은 다른 문제다 Chapter 6. 가족의 죄책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Chapter 7. 유병장수의 명을 지키는 사람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