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74세. 밝고 단정하며 씩씩했던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은 한 장의 사진으로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스스로의 이름으로 부고를 전한 그녀. 그 고요하고 단정한 퇴장은 남은 이들에게 슬픔 이전에 깊은 사색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시작되는, 기억과 애도에 관한 내밀한 기록입니다. 재작년 가을 세미나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그 사소한 순간이 한 생의 입구가 되었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낮은 숨소리, 함께 불렀던 동요 한 자락에 담긴 시간의 결, 남방의 관목처럼 단단했던 생의 태도까지. 기억은 언제나 가장 작은 것들로부터 피어납니다. 의사의 냉철한 손과 어머니의 따뜻한 등, 작가의 깊은 눈을 가졌던 그녀의 삶은 여러 역할의 합이 아닌, 하나의 온전한 태도였습니다. 재일교포로서 경계 위에서 일상을 일궈냈던 시간들은 소속이 아닌 '이동' 그 자체를 정체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 단단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그러모아, 애도의 밤을 통과하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등불을 건넵니다. 보내지 않은 문자 속에 더 깊은 기도가 담길 수 있음을, 묵언이 때로 가장 진실한 추모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살아있는 모든 날을 싱싱하게 채웠던 한 사람이 어떻게 빛으로 건너가는지를 고요히 증언합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부고장 Chapter 1. 옆자리의 체온 Chapter 2. 동요가 지나간 자리 Chapter 3. 관목의 잎 Chapter 4. 의사의 손, 어머니의 등, 작가의 눈 Chapter 5. 국경 위의 일상 Chapter 6. 문자의 유보 Chapter 7. 애도의 밤 에필로그: 남은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