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눈부신 햇살을 뒤로하고, 자동차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고도를 높일수록, 감각의 세계는 푸른색에서 녹색으로, 이내 짙은 회색의 암석으로 바뀝니다. 이곳은 몬테네그로의 옛 수도, 체티네로 향하는 길입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소란스러운 해안의 시간에서 벗어나 산의 느리고 묵직한 호흡에 스며드는 과정입니다. ‘수도’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와 달리, 체티네는 놀라울 만큼 작고 고요한 도시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드넓은 광장이나 거대한 기념물 대신, 낮은 석조 건물과 한적한 거리가 도시의 첫인상을 그립니다. 그러나 실망감 대신 기묘한 안도감이 찾아오는 것은 왜일까요. 이곳이 권력과 행정의 중심이 아닌, 한 나라의 기억과 정신이 응축된 중심지임을 직감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체티네 수도원의 경건한 침묵 속에서, 한때 각국의 외교관들이 거닐었던 낡은 대사관 거리에서, 그리고 현지인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작은 카페의 풍경 속에서 도시의 진짜 얼굴을 찾아 나선 기록입니다. 화려함 대신 절제된 품격이, 북적임 대신 사색의 깊이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행정수도는 포드고리차로 옮겨갔지만, 왜 몬테네그로인들은 여전히 체티네를 ‘정신적 수도’라 부르는지에 대한 답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산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공기가 차가워지는 저녁, 도시 전체가 침묵 속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과 마주하며 깨닫게 됩니다. 체티네의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깊게 고여 있다는 것을. 이 책과 함께, 산의 품에 안긴 채 한 국가의 자부심을 지켜온 작은 도시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바다를 등지고 산으로 Chapter 1: 수도라는 이름의 고요함 Chapter 2: 돌의 질서, 수도원의 시간 Chapter 3: 빛바랜 대사관 거리의 오후 Chapter 4: 가장 체티네다운 속도, 카페의 침묵 Chapter 5: 보이지 않는 왕관 에필로그: 산의 그림자가 길어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