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어긋나기 시작할 때, 삶은 예고 없이 방향을 틉니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고, 관계는 틀어지며, 사랑하는 이의 몸은 쇠약해집니다. 피할 수 없는 빨간불 앞에서 나는 기도했습니다. “주여, 당신 뜻대로 하소서.” 이 문장은 가장 편리한 방패이자 가장 교묘한 알리바이였습니다. 나의 선택과 책임을 신의 섭리라는 이름 뒤에 숨겼고, 불편한 대화와 어려운 결정을 기도로 대신했습니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을 때조차 “제 안에 당신이 계셨나이다”라고 되뇌며 스스로를 면책했습니다. 신의 이름은 반박할 수 없는 권위로 나의 불안한 선택들을 정당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홀로 남은 밤, 그 문장들은 더 이상 나를 위로하지 못했습니다. 가슴을 태우는 질문이 피어올랐습니다. 정말 그분이 내 안에 계셨던 걸까. 아니면, 내가 그 이름을 빌려 나 자신을 속인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 자각의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신앙이 인간을 구원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도리어 인간의 마지막 알리바이가 되어버리는 그 절박하고 위태로운 순간에 대한 고백록입니다. 자기연민의 유혹을 떨치고, 침묵 속에서 자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신의 뜻이라는 장막을 걷어내고, 내 삶의 운전대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책임의 언어로 쓰인 진짜 기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신은 나의 가장 완벽한 방패였다 Chapter 1. 빨간불에 건너야 했던 날들 Chapter 2. 기도라는 이름의 벽 Chapter 3. 세상 가장 고요한 응답 Chapter 4. 나의 발, 나의 손으로 쓰는 기도 Chapter 5. 알리바이의 종언 에필로그: 삶이라는 자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