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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이불을 덮은 시간. 논이불을덮은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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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이불을 덮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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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눈 구경을 하기가 쉽지 않은 도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사는 지인은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눈 많이 오는 데 산다는 건 축복이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경주에서의 겨울은 대체로 차분하고, 눈은 늘 스쳐 지나가는 손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몇 년 전 많은 눈이 내린 적이 있었다. 새벽부터 조용히 내리기 시작한 눈은 날이 밝아오면서 제법 쌓였다. 화단의 나무들 위로, 가지 위로, 세상의 모든 각진 것들을 덮어주듯 하얀 눈이 차분히 내려앉아 은빛 세상을 만들었다.

 

바람이 없었다. 눈은 휘날리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저 내리는 대로, 쌓이는 대로 세상 위에 조용한 이불 한 채를 덮어주는 것 같았다. 앙상했던 겨울나무들은 그 눈 이불을 덮고 마치 깊은 잠이 든 듯 편안해 보였다.

 

겨울나무를 볼 때마다 얼마나 추울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눈 이불을 덮은 나무들은 유난히 포근해 보였다.

 

나는 나무를 향해 마음속으로 말을 건넸다.

 

오늘은 좀 따뜻하겠구나.

눈 이불을 덮고 있어서.”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나는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불평과 불만이 마음 한켠에 가득 쌓여 있는 나의 모습이 괜히 부끄러워졌다. 말 없는 나무 앞에서 나는 조용히 다짐해 본다. 조금은 너희처럼 살고 싶다고.


이 책은 눈이 내린 어느 겨울날의 풍경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눈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

 

눈이 내리면 나는 잠시 멈추고, 조금 느려지고,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만난다. 이 글은 그 시간들을 조심스럽게 기록한 작은 이야기다.

 

수정 드림


[DeliAuthor]

나의 유년 시절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혼하면서 지금 인생의 절반을 좌절과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좋은 인연 덕분에 지금은 다행스럽게 귀한 분을 만나 평소 하고 싶었던 책 쓰기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눈 오는 날의 풍경, 그리고 지금의 나

2. 아이들, 그리고 잃어버린 동심

3. 눈 속의 어린 시절

4. 눈이 주는 위안, 어른의 시간

5. 눈이 그친 뒤에도 남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