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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다시 피는 설날. 기억속에다시피는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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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다시 피는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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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다가오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먼저 분주해진다. 달력을 들춰보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하는 날.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어딘가 포근한 기운이 감돌던 시간. 나에게 설날은 늘 하얀 빛으로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설날은 눈과 함께 찾아오곤 했다. 마당에는 밤새 소복이 눈이 쌓여 있었고, 처마 끝에는 고드름이 투명하게 매달려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코끝이 시릴 만큼 차가운 아침이었지만, 부엌에서는 이미 따뜻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름이 달궈지는 소리, 쌀이 튀겨지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 그 모든 것이 설날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어머니는 설날을 준비하는 손길이 유난히도 정갈했다. 펑 튀긴 쌀과 여러 종류의 튀밥을 직접 고은 조청에 버무려 강정을 만드시던 모습. 부엌은 작은 축제의 장이 되었고, 나는 그 곁에서 자꾸만 손이 가던 아이였다. 아직 굳지 않은 따뜻한 강정을 살짝 집어 먹다 들켜 웃음이 터지던 순간들. 그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설날 아침이면 우리는 새 옷을 입었다. 까슬까슬한 옷감이 어색했지만, 그마저도 설렘이었다. 하얀 떡국이 담긴 그릇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한 숟갈 떠먹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많이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어머니의 그 말에 괜히 더 크게 웃으며 떡국을 삼키던 아이. 그 한 그릇 속에는 나이만이 아니라 가족의 온기와 한 해의 소망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리고 조상님께 절을 올리던 시간. 향냄새가 은은히 퍼지던 방 안은 다른 세상처럼 조용했다. 어린 나는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했지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설날은 그렇게 웃음과 경건함이 함께 머물던 날이었다.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강정을 만드는 부엌의 소리도, 떡국을 기다리던 어린 마음도 세월 속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설날이 되면 그 모든 풍경이 눈처럼 조용히 내려앉는다. 사라진 줄 알았던 장면들이 다시 또렷해진다. 설날은 어쩌면 지나간 시간을 불러오는 이름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내 마음에 남은 향기. 그 향기를 따라 나는 다시 어린 날의 설날로 걸어가 본다.

 

수정 드림


[DeliAuthor]

나의 유년 시절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혼하면서 지금 인생의 절반을 좌절과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좋은 인연 덕분에 지금은 다행스럽게 귀한 분을 만나 평소 하고 싶었던 책 쓰기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설 전날의 부엌

2. 떡국 한 그릇에 담긴 한해

3. 조상님께 드리는 마음

4. 마당의 햇살과 웃음소리

5.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