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최대의 항구 도시, 두러스의 아침은 아드리아해의 낮은 숨소리로 시작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에피담노스라 불렀고, 로마인들이 디라키움이라 칭했던 이 땅은 역사의 거대한 교차로였습니다. 파도 소리와 항구의 기계음이 뒤섞인 해변을 거닐며, 여행자는 문득 질문을 던집니다. 이 바다와 도시 아래,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잠들어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하루의 여정입니다. 두러스의 심장부, 주택가 언덕 아래에서 20세기가 되어서야 우연히 발견된 로마 원형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2세기경 세워져 약 1만 5천 명의 함성을 품었던 거대한 건축물. 그 돌계단에 앉아 고대의 관객과 현대의 주민들이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의 겹을 생생하게 느낍니다. 원형극장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도시와 숨 쉬는 유기체입니다. 여정은 로마의 대동맥, 비아 에그나티아의 시작점으로 이어집니다. 발칸을 가로질러 콘스탄티노폴리스까지 뻗어갔던 이 길 위에서 두러스는 늘 ‘통과의 도시’였습니다. 비잔틴 성벽의 일부가 남은 구시가지 골목을 헤매고, 마침내 해 질 녘 항구로 돌아와 붉게 물드는 바다를 마주합니다. 거대한 크레인의 실루엣 너머로 저무는 태양을 보며, 여행자는 아침에 던졌던 질문의 답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두러스에서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파도처럼 밀려와 겹쳐지고 쌓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말입니다. 이 책은 한낮의 유적 탐방과 저녁의 고요한 사색을 오가며, 한 도시가 품은 시간의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바다에서 온 질문 Chapter 1: 아드리아해의 숨, 에피담노스의 아침 Chapter 2: 언덕 아래 잠든 거인 Chapter 3: 돌 위에 새겨진 길, 비아 에그나티아 Chapter 4: 성벽과 골목, 도시의 속살 Chapter 5: 다시 항구의 시간으로 에필로그: 저무는 빛이 남긴 이야기